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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1-07 02:46
가을빛 물든 수락산, 역사 알면 더 아름답다 [기사]
 글쓴이 : 고츄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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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 박세당 고택, 노강서원, 석림사... 역사의 향기 물씬 풍기는 길

[오마이뉴스 변영숙 기자]

한반도 전역이 붉게 타오르고 있다.설악산,오대산 등 명산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름 없는 동네 야산들도 모두 단풍의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그러니 어찌 붉은색 유혹에 몸살이 나지 않고 배기겠는가.
▲ 수락산 단풍 수락산에도 노란 단풍이 한창이다.
ⓒ 변영숙

단풍구경에 산을 오르는 것만한 일도 없다.이름난 명산이 아니어도 좋다,정상까지 완주하지 않아도 괜찮다.잠시 산자락에 있는 것만으로도 단풍세례를 받을 테니까 말이다.

서계 박세당 고택
▲ 서계 박세당 고택 의정부 장암동 수락산 자락에 있는 서계 박세당 고택
ⓒ 변영숙

지난 주에 찾은 수락산은'이렇게 단풍이 고운 산이었던가'싶을 정도로 고운 가을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수락산은 경기도 의정부시와 남양주시에 걸쳐져 있는 산으로 도봉산,북한산,불암산 등과 함께 수도권의 명산으로 꼽힌다.수락산에는7개의 등산코스가 있고,많은 등산객들이7호선 수락산역에서 내려 등산을 시작하는데,나는 의정부 장암역쪽에서 오르기 시작했다.

장암역 방향에서 수락산을 오르는 길은 서계박세당 고택,노강서원,석림사로 이어지는 문화와 역사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코스다.

장암역 환승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길을 건너면 바로'서계 박세당 고택'이라는 안내판과 함께 서계 박세당의 고택이 나온다.

박세당(1629-1703)은 조선시대 학자이자 문신으로40세에 복잡한 현실정치와 관직에서 물러나30여 년간 수락산 자락에 은거하며 농사와 후학양성에 힘쓰다 생을 마감했다.그는 실학에 기반한 농경법을 이용하여 직접 농사를 지었고,그 경험으로'색경'이라는 농서를 지어 실사구시를 직접 펼쳐 보이기도 하였다.

박세당이 수락산 자락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은 그의 아버지 박정이 인조반정에서 공을 세워 국가로부터 양주일대의 토지를 사패지로 받았기 때문이다. 12세손인 서계문화재단 이사장인 박용우 선생에 따르면 당시 하사받은 땅은 지금의 상계동 마들역에서 의정부 장암역에 이르렀다고 한다.
▲ 서계 박세당 고택 에는 12세손 등이 거주하면서 고택을 관리하고 있다. 서계 박세당 고택 에는 12세손 등이 거주하면서 고택을 관리하고 있다.
ⓒ 변영숙

32세 나이에 장원급제하고 조정에 나가 관직 생활을 하다 낙향하여 75세에 생을 마감한 그의 생애는 학자로서, 신하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다한 삶이지 않았나 싶다.

농작물을 직접 장에 내다 파는가 하면, 자신이 죽으면 석천동에 묻고,당시의 관습인 아침 저녁으로3년간 올리는 상식도 올리지 말라는 유언을 남길 정도로 허례허식을 멀리하고 실사의 정신을 존중했던 합리적인 조선의 사대부였다. 그가 남긴 저서들은 당시 학문과 실학사상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박세당 고택은6.25때 대부분 불에 타버렸고, '관어정'이라는 현판이 걸린 사랑채만 남아 있다.사랑채 뒷편'영진각'에는 서계 박세당과 부친 박정의 초상화가 있다.너른 앞마당에는420년 된 은행나무가 고택에 품격을 더하며 서 있다. 서계가 직접 심은 나무다.가을햇살에 은행알들이 노랗게 영글어 가는 모습이 그지없는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 서계 박세당 고택 '관어정' 서계 고택은 6.25때 불에 타서 '관어정'이란 현판이 걸린 사랑채만 남아 있다.
ⓒ 변영숙

사랑채 툇마루에 앉으니 도봉산의 수려한 산세와 늠름한 봉우리가 두 눈 가득히 들어온다.뒷편으로는 수락산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명당 중의 명당이다.

고택 뒤편 종중산에는 반남 박씨 묘역이 조성되어 있다. 박용우 선생의 말을 빌리면 모두4개의 묘역이 있으며,서계 박세당의 묘역은 안내를 받아 참배할 수 있다고 한다.
▲ 서계 박세당 고택 전경 묘역에서 바라본 고택 전경, 앞으로 도봉산이 한 눈에 보이고 뒤로 수락산이 감싸고 있다.
ⓒ 변영숙

"고택을 찾아오려면 미리 전화로 연락을 주어야 해요.유적지이긴 하나 사유지이고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까요.술먹고 무턱대고 들이닥치는 등산객들도 있어요.다음에는 미리 연락을 주고 오면 설명도 해드리고 자료도 보여드릴게요."

공사를 하느라 열어놓은 문으로 살짝 들어와 사진 찍고 온갖 구경을 다했던 나도 살짝 미안한 마음이들었다.박용우 선생에게 감사함과 미안함을 표하고 고택을 나섰다.

고택을 나오면 수락산의 수려한 계곡이 시작된다.서계는 집과 주변을'돌과 샘이 어우러진 곳'이라는 의미로'석천동'이라 이름을 짓고 큰 바위에'석천동'이라는 글자를 새겼다.또 석천동 너른 바위 위에'궤산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후학에게 강론을 펼쳤다.
▲ 서계 박세당 고택 은행나무 고택 앞마당에는 서계가 심었다는 수령 420 은행나무가 서 있다.
ⓒ 변영숙


계곡의 너른 바위에는'석천동' '서계유거', '취승대'라는 서계의 친필 암각문이 새겨져 있다.모두 서계의 친필이다.혼탁한 세상과 어울리지 못했던 서계의 품성이 느껴지는 듯하다.
▲ 서계 박세당 고택 고택과 계곡의 어우러짐이 고혹적이다. 서계는 수락산 계곡을 샘물과 돌이 어우러진 곳이라는 뜻으로 석천동이라 불렀다.
ⓒ 변영숙

맑은 계곡물을 전경 삼아 담장으로 살짝 올라온 고풍스러운 한옥이 풍기는 향취가 가을과 참 잘 어울린다.

노강서원, 서계 박세당의 둘째 아들 박태보의 사당
▲ 노강서원 노강서원에는 박세당의 둘째 아들 박태보의 사당이다.
ⓒ 변영숙

계곡을 따라 공사로 파헤쳐진 길을400~500m 정도 올라가면 붉은색 홍살문이 높이 솟아 있는 것이 보인다. '노강서원'이다.노강서원은 박세당의 둘째 아들 박태보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사당이다.

박태보는 인현왕후 폐위에 반대하는 상소문을 올렸다가 왕의 친국과 고문을 받고 진도로 유배를 가던 중 노량진에서 사망했다.노량진에 숙종21년에 그를 기리는 서원이 세워졌고,숙종23년에는 국가에서 인정한 사액서원으로'노강'이라는 편액을 받았다.흥선대원군 때 서원 철폐령에도 폐쇄되지 않은 47개 서원 중의 하나다.

노량진에 세웠던 서원은6.25때 전소되었고, 1968년 지금의 자리에 새로 지었다.
▲ 수락산 청풍정 노강서원 터에 '청풍정'터에 주춧돌이 남아 있다. 서계는 매월당 김시습을 기리기 위해 지금의 노강서원 자리에 '청절사라는 영당을 세우고, 맞은편에 '청풍정'을 지어 후학들과 학문을 논했다. 아래편 계곡 바위에는 서계의 처남 남구만이 새긴 '수락동천' 암각문이 남아 있다.
ⓒ 변영숙

본래 노강서원 자리에는 서계가 매월당 김시습을 기리고자 세운 영당'청절사'와 박세당이 후학들에게 학문을 강론하던'청풍정'이 있었다.김시습의 영당은 부여로 옮겨갔고,청풍정터에 주춧돌이 남아 있다.

석림사, 김시습을 추모하기 위해 박태보가 중창

노강서원을 지나 계곡 길을 조금 더 오르면 석림사 일주문이 나온다.석림사는1671년 석현과 그의 제자 치흠이 창건한 절로 박태보가 김시습을 추모하기 위하여 중창하였다.역시6.25때전소되었고1960년대 이후 중창되었다.

석림사를 지나면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골짜기들은 이미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고,크고 작은 바위를 타고 내려오는 갖은 물소리가 온 산에 교향악처럼 울려퍼진다.
▲ 수락산 단풍 바위로 이루어진 수락산에는 크고 작은 샘물과 샘물이 쏟아지는 폭포수, 계곡물이 고인 작은 연못들이 많다.
ⓒ 변영숙

박세당은'석천동기'에서 수락산 골짜기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산속의 뭇 샘물이 모여 시내가 되고,온 산이 모두 바위인데 시냇물이 구불구불 흘러서 바위를 따라 오르내리며 담이 되기도 하고 폭포가 되기도 하였다.그러므로'석천'이라 이름하였다.맑은 샘물이 바위 위로 흐르고 하얀 바위가 샘물에 씻겨 샘물은 바위 때문에 더욱 맑고 바위는 샘물 때문에 더욱 희니,아름답고 즐겁도다. ('석천동기'중 일부,블로그<신관철의 역사산책>에서 재인용)'

이토록 수락산의 풍광을 잘 표현한 글이 또 있을까.
▲ 수락산 단풍 수락산 계곡에도 단풍이 한창이다.
ⓒ 변영숙

서계고택에서 시작되는 수락산 자락길은 오래전 선인이 칭송했던 그 풍경 속에 오롯이 담길 수 있는 감동의 길이다.

깔딱고개나 기차바위를 지나 정상에 오르는 코스이나 오늘은 제1쉼터에서 멈추어 선다.그것만으로도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산행이다.

명산의 번잡함이 싫다면 오붓한 수락산 자락 서계 박세당의 '석천동'을 거닐어 봄 직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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